항상 집 나가면 생각난다. 집에 있을 때는 모른다. 맨날 먹어서 맛도 없는 것 같고 치킨이나 시켜먹고 싶은데 꼭 집만 나오면 엄마가 해준 집밥이 생각난다. 본가가 생각나는 게 집밥 때문이라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큰 문제인가 보다. 평생 먹고 싶다.
본가. 집밥
본가라는 것은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. 본가라는 말 안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나는 그 의미 중에 집밥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. 언제고 내가 힘들 때 가장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나에겐 본가라는 곳이다.
누군가에겐 집이라는 공간일 수 있겠지만 사실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는 큰 애착이 없다. 우리 집은 부모님께서 어려서부터 사업을 하셨었는데 사업이라는 것이 이게 잘될 때도 있지만 안될 때도 있더라 부모님이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 잘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잘될 때 누리고 살았던 일들은 내 짧은 인생을 돌아보면 티가 잘 안 난다. 오히려 당연해 보였고 내가 가진 것이 내가 이룬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성공한 것처럼 지냈었다. 나에게 명예가 있는 것 같았고 나에게 부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실제 그렇게 살았었다. 그러던 어느 날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우리 집은 망했다.
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구구절절 이야기 하긴 싫다.
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나는 좋아하는 음식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중 하나가 수육이다. 이 수육이란 게 나는 이상하게 엄마가 해준 수육과 아닌 수육으로만 나뉜다. 좋은 고기를 쓰지 못했던 때도. 좋은 고기를 썼을 때도 부위만 달랐을 뿐이지 항상 내 입맛에는 맞았고 내가 서울에서 자취를 할 때도 혹은 외국에 나가서 외국 생활을 할 때 어떠한 방식이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꼭 마주하게 됐었는데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었어도 난 우리 엄마 수육이 최고였다.
우리 집밥은 많은 반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국 하나. 메인 고기 메뉴 하나. 그리고 김치 이 정도가 정상이다. 다른 사람이 보면 이게 집밥이냐고 할 정도로 우리 가족은 단출하게 먹는다. 그 이유는 돈이 없어서 혹은 검소해서가 아니라 다른걸 잘 안 먹는다. 진짜 뭐 여러 가지 해도 안 먹는다. 그렇기에 수육이 나오는 날은 우리 가족에겐 진짜 최고의 집밥이 나오는 날이었고 지금 현재도 그렇다. 또 수육을 하는 날은 꼭 말로 하기 힘든 일들이 있을 때도 종종 나오곤 했는데 예를 들면 엄마랑 다투고 내가 삐져서 나갔다 오면 집에 수육이 되어있었다. 나는 그게 음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하고 싶다.
어제저녁에 뭐 먹어야 하나 하고 출출하게 있는데 엄마가 전화가 왔다. 이상한 거 시켜 먹지 말고 수육 해놨으니 와서 집밥 먹으라고. 나는 막상 나와서 아무렇지 않은데 엄마는 나와있는 내가 걱정인가 보다. 불과 걸어서 15분 거리에 사는데 도말이다.
있을 때 잘하자라는 말이 있다. 항상 집 떠나 살다 보면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은 것 같다. 하지만 엄마는 내가 나간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간다는 말에 장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잔뜩 해놓고 내가 어디 아픈지 먼저 묻는다. 나는 본가에 갈 때 빈손으로 가는데 말이다. 평생 먹고 싶다. 엄마가 해주는 집밥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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